검은 머리 짐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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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신체는 범죄의 공간이다 :

SF/미스터리 소설 <검은 머리 짐승들>

 

 

 

 

 

 

 

어느 이름 없는 야산에서 발견한 낡은 원고뭉치에는

여성의 존재-불안을 엿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성매매사회, 모성신화, 공간침해 등 이 이야기들 속의 '괴물'은 모든 여성들에게 익숙한 것이다.

신체의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주인공들은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심정으로,

위험 상황에서 폭력을 통해 즉각 벗어난다.

 

폭력으로 위험에서 벗어나는 이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빨리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사회는 여성 ‘육체’의 망가짐과 소모에 너무도 무관심하고, 여성 스스로조차 이에 무심하려 애를 쓰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적극적인 공격성을 통해 ‘즉시’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독자들은 그들의 행동과 또다른 선택지들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으실 분들

 

 

 

<검은 머리 짐승들>은 실험적인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수사 기록을 검토하는 <현장검증>부터 한 사람의 독백을 그대로 받아적은 <속기록>, 조각난 단서들을 하나씩 이어붙이면서 전체적인 이미지를 완성해나가는 <대자연> 등 각각의 챕터가 아주 분명한 정체성을 갖습니다.

 

 이런 실험성은 각 텍스트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어 보여줍니다만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아래 항목 중에서 해당하시는 게 있으신 분들은 이 책을 분명 재미있게 읽으실 거에요. (저도 그랬거든요😊)

 

 

  1. 새롭고 참신한 책을 읽고 싶으신 분들
  2. 여성서사를 즐겨 읽으시는 분들
  3. 반역과 혁명의 정서를 사랑하시는 분들
  4. SF 마니아
  5. 머리를 쓰면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데에 익숙하신 분들

 

 

 


 

 

목차 / 내용 미리보기

 

 

 

챕터 1. 현장검증

▶ KEYWORD : 성매매 여성 정체성▶ 수사일지

 <현장검증>은 정황상 살인이 의심되는 몇 가지 사건을 검토한 기록물 형식의 에피소드입니다. 실종처리된 수사기록을 읽은 화자는, 기존의 결론에 의문을 품고 이 사건들이 모두 살인 사건임을 주장합니다. 범인과 관련된 과거 사건기록을 모으면서 화자는 현장검증  단서들을 되짚어갑니다.

 

텍스트 미리보기

 

  시체나 몸체의 다른 일부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기에 사고사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근방에 저수지나 절벽 등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산이 통째로 삼킨 게 아닌 이상 그만한 부피의 시체가 자연적으로 소실될 리는 없다.

  인간에 의한 타살임이 유력해 보인다. ‘포주’라는 것은 인간장사치다. 그러니 이와 관련 없는 산짐승이나 기타 존재에 의해서 라기 보다는 ‘인간’이 불상의 방식으로 포주를 살해하여 그 사체도 불상의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범죄 장소는 온갖 생명체가 숨 쉬고 있는 야산이고, 유력 증거물들도 장맛비에 대부분 유실되어 사건 당시의 명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어렵긴 하다. 비록 기존에 모은 증거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할지라도 타살 가능성에 맞춰 사건을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챕터 2. 범인

▶ KEYWORD : 강요된 모성 / 엄마 되기▶ 논문

 전파연구소 직원C는 특정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하면서 몸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결국 깊은 산 속 외딴 전원주택으로 요양 가게 되지만, 그곳이 오히려 신호의 진원지인 듯 신호 강도는 더욱 세집니다.

 

텍스트 미리보기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친 폭우로, 숲 속을 헤매던 나는 우연히 Q라는 자를 만나게 되었다. Q가 위에서 정신없이 달려 내려오기에 그를 붙잡은 것이다. 나는 Q에게 잠시만 머물러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내겐 누군가 더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 줄 사람이 필요했다.

 

위험한 산짐승은 없겠지요?」젖은 몸을 덜덜 떨며 Q에게 물었다.

여기엔 오직 나무와 사람뿐이라 대답한 그의 손에는 논문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

 

 Q는 두 달 전, 전파 연구소를 관두고 아이들과 함께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산중턱에 위치한 낡은 목조 집을 구매한 것이다. 그 집은 마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고립된 곳에 있어 엄마와 아이 둘만 살기에는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체질환을 앓던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주말에 가정을 보러 내려온 남편은 그건 곧 재해가 발생한다는 뜻이냐며 난감해 하였다.

「변형된 상태에서 원상태로의 회귀가 일어날 지도 몰라.」

 모든 곳에서 점진적으로 힘의 균형 변화가 생길 것이다. 어쩌면 지구에, 생물체의 육체에, 뇌세포 회로에.

 남편의 눈에 Q는 극도의 허기로 죽어가고 있었다. 자정이 넘은 벽시계를 확인한 남편은 안쓰러운 Q를 오늘 새벽 태풍이 지나면 서울로 데려가기라 결심하고는 쇼파에 누워 잠들었다.

 

 

 

챕터 3. 대자연

▶ KEYWORD : 자연 재해▶ 신문기사, 비망록, 문자내역, 실험보고서 등

 디스토피아 시나리오, <대자연>입니다. 2040년 어느 날 한국에서 모기로 전염되는 치사율 높은 질병이 발생합니다. TNF-b 바이러스와 관련된 기록물이 이 거대한 재해 사건의 전말을 보여줍니다.

 

텍스트 미리보기

신종 독감 발병 원인, 흰줄숲모기 변종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o****TV. 2040.7.20.>

새로운 모기 종이 출현했다.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의 돌연변이형으로

한국의 이름 없는 야산에서 처음 발견되었기에 한국숲모기(Aedes koreicus hill)로 지칭

 

“흡혈 시 모기의 침샘에서 혈액응고를 막는 하루딘이라는 성분이 분비되는데,

한국숲모기의 하루딘에 지금까지 보고된 적 없는 종류의  병원균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해당 병원균(TNF)은 포유류 중 인간에게만 활성화 되는 것으로 보인다.

 

돌연변이 종인 한국숲모기의 발생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방제 방법 모두 동원중

정부, 충분히 대응 가능 확신하며 ‘괴담’ 자제 요청

 

 

 

챕터 4. 숨

▶ KEYWORD : 호흡 곤란과 권력 구도▶ 진료차트

 어느날부터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생겨납니다. 그들은 타인으로부터 숨을 뺏긴다는 믿기 어려운 주장을 합니다.

 그들은 왜 호흡 곤란을 겪게 된 걸까요?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텍스트 미리보기

 언제 숨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R/O-D들의 내면을 압도했다.

 요동하는 R/O-D를 다루기 위해 법적제한이 계속 추가되었다. 산소통을 필수로 소지해야 했고, 위반 시 벌금형을 받았다. 산소양이 제한된 자동차 내부나 엘리베이터, 좁은 방 등 밀폐된 공간에 여럿이 함께 있어야 할 때는 비정상호흡자 R/O-D들이 나갈 것을 권유 받았다. R/O-D가 정상호흡자 E들을 불편하고 곤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표준이자 정상인 E가 자신들의 권리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다.

 E의 주도로 법과 문화가 E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었다. E는 R/O-D가 끌고 다니는 여행 트렁크 수준의 무거운 산소통에도 점점 무감해졌다. R/O-D를 마땅히 불편함을 느껴야 할 존재들로 인식했다. R/O-D가 숨을 못 쉬게 된 것도 점점 별일 아니게 느껴졌다.

 

 

 

 

 

 

 

챕터 5. 속기록

▶ KEYWORD : 공간 침해▶ 속기록

<속기록>은 화자가 '그 날'의 사건에 대해 풀어놓는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적은 속기록 입니다. 그런데 이 화자, 그 날의 사건에 관해 들려달랬더니 개인 신변잡기 얘기만 줄줄 늘어놓습니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며 이것저것 떠들어대는데 어라, 왜 이상하게 집중이 되는 걸까요?

 

텍스트 미리보기

  그래 나도 사람이 맞고 있는데 무감각할 수야 없지. 근데 무감각할 수밖에 없어. 항상 옆에 있었으니까. 자극이 계속되면 무감해진다고. 아줌마가 아니어도 맞고 있는 사람은 항상 내 주변에 있었으니까. 그 나쁜 공기에서 나라도 지켜야지. 티비 소리나 키워서 외면하는 수밖에. 402호한테 시비 털리기도 싫고. 만사가 다 싫고 귀찮아. 웃기게도 신고자가 우리라 생각할 줄 알았는데 302호 꼴초로 알더라고? 그 놈이 죽어라 화장실에서 담배를 뻑뻑 펴 대서 402호 화장실 환풍구로 넘어오니 빡친 402호가 그때마다 망치로 바닥을 계속 뚜까댔다는데 꼴초가 앙갚음으로 가정폭력 신고를 넣은 줄 알더라. 사고흐름 좀 봐 병신(病身)이지. 그리고 그 병신(病身)이랑 경찰서장이 형님아우 하고 있더라고. 군대 동기래. 근무일지 봤어? 우리 신고가 신경성 환자의 보복허위 신고로 기록됐어. 전산 시스템에는 입력조차 안했대. 좆같은 동네야. 여긴 감시자도 처벌자도 없어. 그러니 402호 같은 놈들은 곰팡이처럼 번지고 우리 401호만 괜시리 같이 망가지는 거지. 문제해결의 시도가 좌절되니까 분노가 아줌마에게 향하더라. 나도 병신(病身)이 된 거지. 근데 뭐 어쩌라고. 모멸감을 참을 수가 없다니까? 아줌마가 착하고 너그러워서 참고 사는 게 아니잖아? 그렇게 아줌마는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니까 그 몸이 결국 주인을 배신하고 위궤양으로 공격했다 이거야. 근데 자기 몸한테도 402호한테도 폭력을 당하는 아줌마는 맞고 사는 거에 의미를 두지 않았더라고. 402호가 평소엔 온순한 모범자래. 아줌마는 집이 없거든. 고생을 하도 많이 해서 때로는 맞고 살더라도 누워 잘 집이 있으면 자긴 괜찮대. 어차피 집이나 밖이나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이래저래 치이고 당하고 사는 건 똑같다고. 아줌마는 건강이 좋지 않아. 돈이 없고 몸이 약해진 아줌마를 위한 공간은 없어. 하메는 아줌마가 길에서 살아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난 모르겠더라고. 가출해본 적이 없나봐. 정말 거리에서 살다 보면 맞고 살더라도 집안에 있고 싶을 수도 있을 거야.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잘못이 아니지. 아줌마에겐 인간에겐 집이 필요해. 402호가 빨리 뒈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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